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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독서편지-1,567<구덩이 – Holes > 조회수:84 
작성일: 2017-11-30 11:3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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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독서편지-1,567
구덩이 – Holes 
 
  4-5년 전의 일이다. 일산에서 혜화동 학교까지 6년을 다녔다. 매일 두세 시간 씩 차 안에 갇혀 있는 시간이 아까워 오디오북을 들으면 영어공부가 되겠다는 생각에 주니어용 소설 몇 권을 주문했다. 영어소설에는 문외한이다 보니, 인터넷 서점에서 상위에 올라있는 소설들을 주로 들었다. ‘책도둑’, ‘기억전달자’, ‘건지감자파이껍질 북클럽’,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 등이 그 때 들었던 책들이다. 주니어용 소설이라 어휘가 어렵지는 않았지만, 모든 내용을 다 이해한 것은 아니다. 대충 분위기로 파악하기도 하고, 어떨 때는 음악을 듣듯이 그저 책 읽는 목소리를 듣는 것으로 만족하기도 했지만, 소설을 오디오북으로 듣는 경험은 아주 새로웠다. 그 중 가장 인상에 남는 작품이 루이스 쌔커의 “구덩이(Holes)”이다. 
 
  스탠리 옐내츠 가문의 불행한 역사를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듣는 동안 미로에 빠지기도 했다. 크게 세 개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이야기가 바뀌는 표시가 없이 갑작스럽게 새로운 이름이 등장하고 또다른 이야기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하늘에서 떨어진 운동화를 훔쳤다고 오해받아 초록호수 캠프에 죄수처럼 끌려간 4대 스탠리가 영문도 모른 채 끝없이 구덩이를 파는 이야기가 가장 중심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한편 가장 옛날 이야기에 해당하는 1대 스탠리는 라트비아에서 태어났다. 머리가 텅 빈 마이라에게 청혼을 했다가 실망하고는 그 길로 미국으로 떠났다. 스탠리라는 이름은 라트비아 이름인 옐내츠를 거꾸로 읽은 것이다. 그 과정에서 집시 할머니의 약속을 어기게 되어 이 가문에 저주가 내리게 된다. 세 번째 이야기는 인종 차별이 심하던 시대에 흑인 양파 장수 샘을 사랑하게 된 백인 여선생 케이트 바로우의 이야기이다. 이 여성은 스탠리 가문이 아니어서 왜 나오는지 갸우뚱하게 되지만, 마지막에 모든 이야기는 완벽한 퍼즐이 되어 만나게 된다. 
 
  구조적으로 완벽하게 설계된 작품이라는 것만 흥미로운 것이 아니다. 자신에게 일어나는 불행들을 당연한 듯이 받아들이던 스탠리가 자신의 운명에 맞서기로 하고 친구 제로를 찾아 캠프를 떠날 때의 용기, 먹을 것이 없어 280개의 야생 양파를 먹으면서도 서로를 위로하고 도와주는 두 소년의 우정, 그리고 결과와 상관없이 최선을 다한 사람은 느낄 수 있는, 삶이 우리에게 베풀어 주는 행복감. 평소 청소년 소설은 유치하다고 생각했던 나에게 “구덩이”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이 이야기는 모험 소설이기도 하고 성장 소설이기도 하면서 사회 고발 소설이기도 하다. 가난한 소년들이 교화캠프 같은 곳에서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이 초록호수 캠프에는 흑인을 차별하던 미국의 오랜 역사가 비극으로 서려 있다. 그렇지만, 그 무엇보다도 친구를 위해 여러 번 죽음을 무릅쓰는 스탠리의 용기 있는 행동은 어른들을 부끄럽게 한다. 
 
  해피엔딩이기는 하지만,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읽으면서 느꼈던 그런 먹먹함과도 닮아 있다. 다른 사람의 고통을 외면하는 것이 더 고통스러워서 자신의 고통을 기꺼이 감수하는 순수한 소년들의 영혼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운 작품이기도 하다. 다만, 학교에서 날마다 만나는 학생들이 바로 이런 ‘순수한 영혼’이라는 사실을 자꾸 까먹는 것이 함정이다. 
 
- 『구덩이』, 루이스 쌔커, 김영선 옮김, 창비, 2007

2017년 11월 30일(목)

독서교육공동체를 꿈꾸는 사회적 기업!
(사)전국독서새물결모임 편집출판연구소 연구원
 김지영
서울국제고등학교 교사, bgandjy@sen.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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