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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독서편지-1,562<더 로드 – 길 없는 길 위에서> 조회수:88 
작성일: 2017-11-21 11: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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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독서편지-1,562
더 로드 – 길 없는 길 위에서
 
  몇 년 전 수업 시간에 코맥 매카시의 소설 “로드”를 가르친 적이 있다. 바쁘고 할 일 많은 학생들에게 작품 전체를 읽히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어서 비고 모르테슨 주연의 영화를 50분으로 편집하여 보여주었다. 물리 선생님과의 융합 수업을 기획했었기에 수업주제는 다양한 인류 멸망 시나리오를 만들어보는 다소 재미 위주의 수업이 되었지만, 영화나 소설 모두 지독하게 어두웠다는 기억이 강하다. 
 
  수능을 앞두고 모두들 조용히 공부를 하고 있는 고3 교실에서 다시 한번 “로드”를 읽었다. 모든 것이 빛을 잃고 어둠 속에 물러나 있는 회색빛 세상에서, 카트를 끌고 남쪽으로 가는 두 부자. 이미 세상은 끝이 나버렸다. 두 사람에게는 어떠한 희망도 없지만, 아버지는 아들을 세상에 마지막 남겨진 ‘선(善)’이라 여기며 아들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들이 싸워야하는 대상은 어둠이나 추위, 배고픔과 같은 혹독한 자연환경이다. 그러나 지구를 이렇게 불모지로 만들어버린 것이 바로 우리 자신이기에 불만을 할 처지가 되지 못한다. 소설 속에서 지구가 풀잎 하나 자랄 수 없는 재 구덩이로 변해버린 것은 자연재해가 아니라 핵전쟁과 같은 인간이 초래한 재난 때문이다. 
 
  더욱 곤혹스러운 것은 끝나버린 세계에서 가장 두려운 대상이 인간이라는 것이다. 소설은 인간이 인간을 먹이로 삼고 사냥을 하는 세기말의 상황에서 그래도 우리는 살아남아야 할 것인가를 묻고 있다. 대다수 사람들이 어떠한 희망도 없고, 끔찍한 일을 당할 가능성만 남아있는 상황에서 차라리 죽음을 택한다.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거대한 고독. 그러나 언젠가는 이 작품 속의 아들은 혼자가 될 것이다. 자신이 인간의 마지막 남은 ‘선’이라고 믿고 있는 그의 아들이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지 않는다면, 그 ‘선’은 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 세상에 남겨진 ‘선’은 널리 알려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아름다움은 공유되면서 메아리처럼 주변을 따뜻하게 만든다. 동굴 속에 홀로 숨은 불빛은 세상을 밝히지 못한다. 동굴 안에서 시간이 지나면 스러져 버릴 것이다. 불은 어둠 속에서 어둠을 몰아내야만 그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어둠 속으로 나아가야 한다. 위험을 무릅쓰고 한번쯤 다른 사람을 믿어보는 것. 그냥 운에 맡기는 것. 그것이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었을까? 
 
  홀로 남은 아이 앞에 나타난 낯선 남자, 그가 적인지 친구인지 우리는 알 수 없다. 
  “아저씨가 좋은 사람이란 걸 어떻게 알 수 있죠?” 
  “알 수 없지. 그냥 운에 맡겨야지 뭐.” 
 
  우리는 한번쯤 믿어보기로 한다. 그것은 삶을 포기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무조건적인 인간에 대한 믿음도 아닐 것이다. 이 어둡고 희망 없는 삶 속에서 그래도 인간의 어떤 면을 믿는다는 것, 그것이 길 없는 길 위에서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로드”는 수많은 세기말적 상황을 다룬 영화에 영감을 준 작품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 어떤 영화보다도 더 비관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설이 말하고 있는 희망이 소중하다. 

- 『로드』,코맥 매카시, 정영목 옮김, 문학동네, 2008

2017년 11월 21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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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국독서새물결모임 인성독서연구원 김지영
서울국제고등학교 교사, bgandjy@sen.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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